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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 -17] ‘족집게 지역구’ 가보니

1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석곡사거리에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 흥덕·왼쪽 셋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며 퇴근길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유성운 기자

“글쎄요. 다들 대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주로 야구 이야기만 하는데요.”

13일 오전 10시30분, 충북 청주 가경동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난 최영길(38·회사원)씨는오션파라다이스 게임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될 것 같냐고 묻자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틀 전, 한화 이글스가 33년 만에 거둔 12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은 “이재명씨가 많이 앞선다고는 하던데, 주변에서 ‘지지한다’는 사람은 못 봤다”면서도 “요즘은 정치 이야기 꺼내면 싸우게 되니까, 서로 일절 말을 안 한다”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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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는 선거 취재를 하기 까다로운 지역으로 꼽힌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서다. 지지 여부를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냐”며 피해가거나 빙빙 돌려 말하기 일쑤다. 그런 이곳을 공식 선거유세가 시작되면서 바로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 청주가 대선의 ‘족집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13대 대선의 노태주식의달인
우 후보부터 2022년 20대 대선의 윤석열 후보까지, 청주에서 다수표를 얻은 후보는 언제나 당선됐다. 청주에서 이기는 후보가 대선에 승리한 것이다. 고구려·백제·신라에 모두 속했던 역사 때문에 승부의 향방에 민감하다는 속설도 있고, 과거 ‘충청당’을 표방한 자유민주연합이 큰 위력이 없었을 만큼 옅은 지역색이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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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현재 청주의 민심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관망 중’에 가까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예상하면서도 충청도 특유의 견제 심리를 드러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선거 운동을 늦게 시작해서인지 “더 봐야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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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가 기자

청주에서도 흥덕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0.63%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곳으로 실제 대선 결과(0.73%포인트)와 거의 일치했다. ‘신도심’으로 꼽히는 비하동의 지웰시티 복합단지에서 만난 이동규(45·자영업)씨는 “판이 한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여기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가 되면, 사회주의 국가처럼 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이 많다”고 했다. ‘누구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엔 “국회에 이어서 정부까지 민주당으로 다 넘어가면 안 되지 않냐. 이를 막을 후보 중 강한 쪽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무원 김현선(가명·54)씨는 “민주당은 괜찮은데, 이재명 후보는 안 좋은 소문이 워낙 많아서 이곳 정서와 안 맞는다. 주변에선 ‘이재명만 아니면 누구라도 좋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택시기사 신윤식(50대)씨는 이재명 후보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잘못한 사람이 제대로 심판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여기는 결국 ‘될 사람’을 밀어주기 때문에 결국엔 이재명 후보가 표를 많이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년층 이상이 많은 상당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3.1%포인트 이긴 지역이다. 대표적 재래시장인 육거리시장에선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컸다. 장을 보러 나온 박선자(68)씨는 “대체 감당도 못 할 일을 벌여서 다 망쳐 놓고는 왜 탈당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다들 ‘그 부부 꼴 좀 안 보고 싶다’고 한다”며 “투표를 할지 말지 매일 마음이 바뀐다”고 했다. 김청수(79)씨는 “한덕수 전 총리가 많이 배우고 점잖은 것 같아서 응원했는데, 단일화가 엉망이 되어서 힘이 쏙 빠졌다.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거짓말을 한 게 맘에 안 드는데, 경기지사를 잘했다고 하니 지켜보겠다”고 했다.
젊은층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직설적이었다. 충북대 앞에서 만난 정유미(26)씨는 “대선을 또 치르는 게 계엄과 탄핵 때문인데, 국민의힘은 반성도 없더라”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내로남불’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찍었는데, 이번엔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청주의 구도심 성안길의 커피숍 점원 김수진(가명·23)씨는 “기호 4번(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이 공약을 가장 잘 만든 것 같다”며 “‘젠더 갈라치기’ 논란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유일하게 젊은 세대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충청 지역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43%로 김문수 후보(29%)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김 후보 지지도는 정당지지도(국민의힘 33%)보다 낮았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는 “충북은 여론조사가 잘 안 맞기도 하고, 김 후보가 인지도가 낮아서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석곡사거리에서 퇴근길 지지 유세를 하던 이연희(청주 흥덕) 민주당 의원은 “보수가 결집하면 한 자릿수까지 따라붙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청주=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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