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의 느티나무가 잎을 떨구고 오래된 왕벚나무 잎도 하나둘 떨어지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책길에 우연히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사진을 담아 왔고, 그렇게 올해의 첫 담쟁이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야생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기에, 이 그림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담쟁이덩굴은 돌담이나 바위, 나무줄기, 심지어 매끄러운 벽돌까지 가리지 않고 어떤 표면이든 단단히 붙어 오르는 덩굴성 식물입니다. 11월이 릴게임몰 되면 잎이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깊어가는 계절을 알립니다.





우리가 흔히 담쟁이덩굴을 영어로 Boston ivy, Japanese ivy라고 부르는데, 이는 포도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아이비(ivy)'라고 부르는 식물은 서양의 릴게임5만 송악을 말하며, 잎 모양이 우리나라 송악과 거의 비슷합니다. 아이비는 두릅나무과 송악속 식물을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담쟁이덩굴'이라는 이름은 담장에 잘 붙어 자란다 하여 '담장의 덩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자 이름은 파 바다이야기디시 산호(爬山虎)인데, '산을 기어오르는 범'이라는 뜻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또 뿌리와 줄기를 말린 약재를 '지금(地錦)'이라고도 하는데, '땅의 비단'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내용 출처: 『한국식물생태보감』, 김종원)




오래전 TV에서 담쟁이덩굴이 릴게임갓 흡착근을 이용해 벽을 조금씩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끈질기게 스스로의 영역을 넓혀가던 그 장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를 조용히 읊조리기도 했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바다이야기모바일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이하 중략





담쟁이덩굴은 줄기에서 돋는 공기뿌리의 끝이 작은 빨판처럼 생겨 어떤 벽이든 단단히 붙습니다. 7월이면 꽃을 피우지만, 꽃이 아주 작고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관심을 가져야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식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꽃을 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차가 시멘트 벽을 힘겹게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겨울을 대비한 작은 몸부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담쟁이덩굴의 생명력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덩굴식물의 생존 방식은 다양하지만, 담쟁이덩굴은 독특한 흡착근을 이용해 자신만의 전략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식물입니다.




담쟁이덩굴의 흡착근.



담쟁이덩굴의 꽃말은 '공생', '우정', '아름다운 매력'입니다. 소나무에 붙어 자라는 담쟁이를 '송담'이라 부르기도 하죠. 돌담 위에서도, 오래된 고목 위에서도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담쟁이덩굴은 계절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11월의 끝자락, 담쟁이덩굴의 변신에 반해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남기며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감성을 독자 여러분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문성필
20여년 동안 제주의 나무와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고 기록하고 있다. 자연환경해설사, 산림기사 등을 취득하고 제주생물자원연구소(주) 사외이사와 제주자연유산돌봄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라산 식물 생태조사와 제주의 곶자왈 식생, 오름의 식물상을 조사한 연구경험이 있다. '민오름의 나무 이야기', '제주 해안변 오름의 식물', '오름의 식물사진' 등의 책을 집필했다.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