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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16일 춘향단전에서 향단 역으로 무대에 서는 이도경 국립국악원 무용단 부수석이 춘향과 몽룡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국립국악원


우연한 입맞춤이 향단의 마음을 흔들었다. 정을 준 상대는 친구 춘향의 연인인 몽룡. 학도의 집착으로 춘향이 옥에 갇히고 몽룡마저 거지 꼴로 되돌아오자, 기회라고 생각한 향단은 사랑을 고백했다. 냉정한 거절로 몽룡이 답한 순간, 향단은 몽룡의 품속에 숨겨진 마패를 본다. 향단은 학도에게 달려가 그의 정체가 암행어사임을 알리고 춘향을 죽이라 부추기지만 이마저도 무산되자 향단 게임몰릴게임 의 마음은 분노로 번진다. 그는 손에 횃불을 든 채 춘향이 갇힌 옥으로 향한다.
14일부터 16일까지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선 보일 창작 무용극 ‘춘향단전’의 줄거리다. 무용단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춘향과 향단을 합친 제목에서 보듯, 춘향의 몸종이자 친구인 향단을 중심으로 원작을 과감하게 재해석 했다. 사랑이 집착과 분노로 바뀌어 사이다쿨접속방법 가는 향단의 심리 상태가 한국 무용·음악으로 세밀하게 표현된다.
이처럼 고전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은 최근 다양한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물론 스토리 라인까지 과감하게 변주된 게 특징이다.
지난 9월 국립창극단은 19세기에 완성된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한 ‘심청’을 공개했다. 이 야마토게임연타 작품은 ‘효심’에 초점을 맞춘 원전과 달리 심청을 억압당한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로, 심봉사는 딸을 잘 돌보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물로 그렸다. 다시 돌아온 심청이 아버지를 멀리서 지켜보다 돌아서는 장면은 원작과 다른 씁쓸함을 준다.



국립창극단 '심청'역에 선발된 김율희가 바다신릴게임 지난 7월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예 작품 전반의 정서가 달라지기도 한다. 다음 달 4일~7일 광주 예술의전당에선 메리 셸리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 한 논버벌 신체 바다신릴게임 극(대사 없이 배우의 몸짓과 움직임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르) ‘프랑크 앤 슈타인’이 공연된다. 인간이 창조한 존재가 창조주의 통제를 벗어나며 벌어지는 비극을 담은 원작을 완전히 해체, 박사와 몬스터의 상황을 단순하고 코믹적으로 각색했다.
다음 달 10일 마포문화재단에서 열리는 발레 갈라 ‘블랙 앤 화이트’에서는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행진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낫 크래커(Not Cracker)’가 공개된다. “인형들이 느낄 노동의 괴로움을 컨템포러리 발레로 표현”(박소연 안무가)한 이 작품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유를 찾아 몸부림치는 인형들의 움직임이 특징적이다. 호두를 까기 위해 만들어진 인형들은 종국에 스스로 호두를 깨부수며 무대에서 사라진다.
이처럼 고전이 큰 폭으로 변주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작 속 설정이 더 이상 현대 관객에겐 납득 되지 않다는 데 있다. 창극 ‘심청’에서 심청을 연기한 소리꾼 김율희는 “기존 심청가에서 심청은 모든 걸 수용하고 아빠를 위해 죽는 착한, 1차원적 캐릭터”라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기존 심청가를 배울 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들었던 의구심, 또는 불편함을 표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춘향단전’의 김충한 예술감독은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현대 관객은 신분 격차가 사랑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전의 대중성 또한 재해석이 많은 요인이다. 김충한 감독은 “춘향전은 제목만 들어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창작자에게 무한한 개방성을 준다”고 말했다. ‘낫 크래커’의 박소연 안무가도 원작을 재해석 한 이유에 대해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에 가족과 함께 즐길 발레 공연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전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변주한 낫 크래커 무대가 공개되는 블랙앤화이트 포스터. 마포아트센터 제공


전문가들은 고전의 재해석이 ‘변주를 위한 변주’의 모순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원작을 재해석하고 그것이 공감을 얻으려면 예전과 달라진 사회적 풍조, 그에 대한 담론이 충분히 전제돼야 한다”며 “원작과 너무 다르거나 맥락 없는 재해석은 오히려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