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송주오 기자] 지난달 고용률이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그 이면에는 세대 간 고용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 60대 이상이 취업자 증가를 이끌고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8개월째 하락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년연장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내 실업률은 일자리를 원하는 사 람이 모두 취업하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2%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20~30대 쉬었음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손꼽힌다. 일할 자리가 없어 쉬었음을 택하는 청년은 늘고 있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이 생겨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계와 여당을 중심으로 법정 정년 연장을 입법화하는 논의가 시작하며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할 제도 지원과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지표는 호조지만…통계 밖 청년들은 ‘울상’
1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0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 3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전년동월보다 0.1%포인트 높은 63.4%를 기록했으며 10월 기준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실업자도 2만명 감소한 65만 8000명으로, 실업률은 0.1%포인트 줄어든 2.2%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통계 착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연령대별로 60대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33만 4000명 늘어 올해 1월부터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청년 취업자 수는 16만 3000명 감소했다. 18개월째 내리막 이다. 업종별로 봐도 정부 지원 일자리가 포함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28만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업(-5만1000명), 건설업(-12만3000명)은 각각 16개월, 18개월 연속 감소세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12만 1000명으로 3만 8000명(0.2%) 증가했다. 육아(-6만 3000명, -8.7%), 연로(-4만 1000명, -1.6%) 등에서 감소했지만, 쉬었음(13만 5000명, 5.5%), 재학·수강(1만 7000명, 0.5%) 등에서 증가했다.
청년층의 전체 ‘쉬었음’은 40만 9000명으로 전년대비 9000명 줄었지만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 4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도 36만 6000명으로 2만 1000명 증가하는 등, 일자리가 없는 사람 중 상당수가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총괄은 “쉬었음 인구는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않아 통계상 실업자는 줄었지만, 실질적인 고용 여건은 더 악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년연장 입법 땐 청년 고용난 더 악화될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칫 법정 정년 연장 입법화 논의가 청년 고용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65세 법정 정년 연장 연내 입법화 요구가 나오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 없이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추진할 경우 청년층의 고용이 더 악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연장은 고령층의 고용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청년층 일자리 진입로를 더 좁힐 수 있다”며 “이미 청년 취업자 수가 줄고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청년 고용난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 확보 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내년 AI 관련 예산으로 10조원 이상을 편성했지만, 단순히 기업에 자금만 지원할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조건으로 연계해야 한다”며 “예컨대 5억원을 지원하면 최소 5명을 고용하도록 하는 식으로 기업의 고용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