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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오전 6시께 압록강 단교 아래에서 맞이한 일출 ⓒ News1 이상휼 기자

(단동=뉴스1) 이상휼 기자 = 그날은 압록강보다 한강이 더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실제로 수도권 일대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연수단이 머물렀던 단둥(단동)은 비교적 따뜻했다. 동행한 세 명의 기자는 한반도와 만주 대륙의 경계선인 압록강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달렸다. 기록해둘 만한 달리기다.
광명보금자리 기자는 지난달 22~27일 한국기자협회에서 진행한 '광복 80주년 기념 하얼빈·연해주·간도 항일독립운동 현장 연수'에 참여했다. 연수단의 5박 6일 일정은 강행군이었다. 첫날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을 둘러봤고, 만주를 횡단하는 심야열차에 7시간여 몸을 맡겨 국경도시 수분하에 당도했다. 바로 중러 국경열차를 갈아타고 러시아로 갔다 한국장학재단 국민행복기금 . 중러 국경열차는 우리의 옛 비둘기호처럼 비위생적이었고 승객들로 가득 차 소란스러웠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입국절차가 까다로워 서너시간 이상 각종 재래식 방법 등을 동원해 신원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러시아 국경도시 포그라니치니의 관계자들은 연수단 전체 기자들의 휴대폰을 가져가 비밀번호까지 요구해 검열했다. 연수단은 성실히 협조했고 모두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무탈하게 통과했을 때 해가 저물었다. 러시아에서는 전화가 먹통이 됐다.
블라디보스톡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들, 아이들과 청년들이 많은 도시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은 장엄한 면모가 있었다.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의 벌판에 햇살론 서류 세워진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단지동맹비 ⓒ News1 이상휼 기자

블라디보스토크 최초 한인 거주지,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가 세워진 두만강 인근 크라스키노 등을 거쳐 다시 중국에 들어갔는데 러시아 세관을 통과할 때 역시나 시간이 무척 소요됐다. 3국의 국경이 교차하는 곳이라 삼엄한 분위기 자녀교육비마련 였다. 안 의사의 손 인장이 새겨진 단지동맹비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러시아, 중국, 한반도 북쪽의 산하와 황야가 아득하게 펼쳐졌다.
다음 일정은 백두산 천지 등산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천지가 폐쇄돼 대신 수풍댐을 둘러봤다. 이도백하에서 수풍댐을 거쳐 단둥까지는 서울-부산보다 먼 거리였지만 중국버스는 브레이크 밟는 일 없이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내달려 해 질 무렵 도착했다.
연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5시 50분께 기자 3명은 의기투합해 '압록강 러닝'을 하기로 했다. 전날 적지 않은 술을 마셨지만 모두 달리기로 한 약속을 지켰고 기자 셋(뉴스1 이상휼·YTN 정현우·강원도민일보 정민엽)은 가을 러닝 복장으로 압록강 철교(압록강 단교)를 향해 달렸다. 이에 앞서 전전날 두 명의 정 기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도 아침에 조깅을 했다.

지난 10월 27일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정경 ⓒ News1 이상휼 기자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서두 '압록강을 건너며(도강록)'에서 압록강에 대해 "그 근원이 백두산에서 출발했으니 물빛이 오리 머리처럼 푸르다 하여 압록강(鴨綠江)이라고 한다"고 썼다. 또 하류의 물이 불어나 있으면 백두산 일대가 장마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연암은 백두산 장마 영향으로 열흘간 압록강을 건너지 못하고 여관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연수단의 숙소는 압록강 한가운데 작은 섬에 위치했으며, 남향 창밖으로는 오롯이 북한이었다. 동틀 녘 숙소를 나서 구름다리를 건너 강변 보행로를 달렸다. 해는 동남향 북한 쪽에서 떠올랐다.
러닝붐은 단둥도 마찬가지인지 50여 분간 수십 명의 현지인 러너들을 마주쳤다. 러닝화와 복장을 제대로 갖춘 러너들이 태반이었고 대체로 매우 잘 달렸다. 우리는 '트랜스제주 100k', 'KOREA 국민은행' 등의 로고가 적힌 상의를 입고 뛰었는데 그 모습이 신기했던지 현지인들이 우리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압록강 단교(斷橋)를 지나면 이성계가 회군한 위화도가 나오는데 우리는 단교를 반환점 삼아 발길을 돌렸다. 46분 동안 약 8㎞를 뛰고 마무리했다.

압록강 단교의 모습 ⓒ News1 이상휼 기자

압록강 단교는 1911년 한반도와 만주를 잇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다. 6·25 전쟁 당시인 1950년 11월 8일 유엔군의 폭격으로 중심부부터 북한 측까지 파괴돼 끊겼다. 그 상태로 현재까지 보존되는데 단둥의 대표적 관광지 역할을 담당한다.
단교는 입장료를 내야 걸어 들어갈 수 있고 끝에는 중국이 '항미원조전쟁(中이 6·25 전쟁을 지칭하는 용어)'을 미화한 체제 선전영화를 상영했다. 단교를 다 둘러보면 기념품 가게를 거쳐야 나올 수 있으며 조잡한 물품과 소위 짝퉁 잡동사니들을 팔았다. '북한 화폐 모조품'도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데 관광객들에게 꽤 인기 있는 상품이다. 단둥은 먹거리와 놀거리가 풍부했고 노상에는 기념품과 잡화, 정크푸드를 파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유람선을 타고 30분간 압록강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에는 조선족들과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유람선은 단교를 지나 위화도를 거쳐 회항했다. 그 동안 강 너머 북한,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스산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코앞에 보이는 신의주에는 그럴싸한 건물들이 잔뜩 들어섰는데 인기척이 드물어 유령도시처럼 을씨년스러웠다. 활기 넘치는 단둥과 대조적으로 신의주 일대는 적막했다.

압록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신의주 일대. ⓒ News1 이상휼 기자

작년 압록강 유역 대홍수로 신의주 일대 건물이 수천여 가구 이상 침수되는 등 초토화된 바 있는데 1년 사이 건물들을 많이 지어 올렸다고 한다. 작년에도 이곳에 방문했었다는 이들은 '수해 때에 비해 천지개벽했다'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밤에 이 건물들 내부를 빈틈없이 환하게 밝혀 두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사람이 사는 건물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이했다. 아까운 에너지를 왜 그렇게 보여주기식으로 낭비하는지.
북·중 육로무역이 매우 활발해 보였다. 단교 옆 중국과 북한을 잇는 철교에는 끊임 없이 화물차들이 오갔는데 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차들이 줄지어 넘어갔다. 단둥세관 앞에는 이 대형 트럭들이 수십여m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기했다.

단동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 ⓒ News1 이상휼 기자

단둥의 거의 모든 간판과 안내문은 한자와 한글이 병행 표기돼 있다. 한국인은 아닌데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 주변에 차고 넘쳤다. 그들은 한국인이거나 조선족이거나 북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한다.
연수단은 다시 장거리 버스를 타고 심양으로 가 복귀했다. 지도에서 연수단이 들른 하얼빈·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톡·이도백하·단둥·심양을 선으로 그어보니 옛 고구려의 영토를 닮은 형상이 그려졌다.
연수 기간 내내 허허벌판을 오가는 강행군과 대기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아픈 역사를 세심히 관찰하는 젊은 언론인들의 열의가 뜨거웠고 그들 덕에 우리 공동체의 밝은 미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언론인들 대상 연수를 대부분 재개했다"고 밝혔으며 "국권을 상실했던 뼈아픈 역사를 생생히 느끼고 국경을 넘나든 국제적 독립운동가의 면모를 확인하는 등 안중근 정신과 '동양평화론'의 현재적 의미를 성찰한 뜻깊은 연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22~27일 한국기자협회에서 진행한 '광복 80주년 기념 하얼빈·연해주·간도 항일독립운동 현장 연수' 경로. (한국기자협회 제공)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