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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63번째 레터는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입니다. 여성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의 신작입니다.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폭발물 제거반의 이야기를 그린 ‘허트 로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 마치 시한폭탄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스릴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왔죠. 선이 굵은 영화를 연출하면서도, 인간의 불안과 공포 같은 미묘한 심리를 다루는 데 탁월한 감독입니다.
이번엔 스케일이 한층 커졌습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 마이트’는 정체불명의 핵 미사일이 미국 금강산관광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일촉즉발의 18분을 그립니다. 태평양 상공에서 미국으로 날아오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레이더에 포착됩니다. 발사 지점은 확인되지 않지만, 비행 궤적은 과거 북한의 실험과 일치합니다. 또 북한의 시험 발사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군인들은 미사일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는 걸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약 천만 인구가 사는 시 텔레마케터 자격증 카고에 핵 미사일이 떨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18분입니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넷플릭스

영화는 3막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번째는 미사일을 처음 탐지한 알래스카의 미군 기지, 두번째는 보고를 받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지원금 사용법 미 전략사령부, 세번째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같은 상황을 세 번 반복해 보여줍니다. 관객은 악몽 같은 18분을 서로 다른 위치에서 체감하게 되는데요. “같은 장면을 왜 세 번씩이나 봐야 하냐”는 불만도 나오지만, 저는 같은 장면을 반복해 보면서 ‘무엇이 잘못됐을까’‘어떻게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곱씹게 되더라고요. 감독의 의도도 환율우대 단순히 사건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오락적인 쾌감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를 묻는 것 아니었을까요.
세 번을 반복해서 봐도,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73세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을 몰아붙입니다. 숨통을 조이는 긴장은 철저한 리얼리즘에서 나옵니다. 군사 전문가이자 은행연합회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 프레드 캐플런도 “40년간 핵 전쟁을 취재해왔지만, 이 영화만큼 공포를 느끼게 한 작품은 없다”고 할 정도인데요. 실제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절차와 대응 과정, 그 속의 허점까지 아주 실감나게 그려냅니다. 어디서 미사일이 발사됐는지, 고의인지 실수인지, 보복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18분 안에 수많은 결정과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 결정 하나하나에는 수천만명의 목숨, 어쩌면 인류 전체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이 18분이 인류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겠죠.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넷플릭스

영화는 정해진 절차대로 하는데도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 시스템의 모순을 포착합니다. 다들 “수천번 훈련한 상황”이라고 되뇌지만, 실제 상황에선 매뉴얼이 통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연락이 닿지 않고, 대통령은 스포츠 행사에 가 있고, 화상 회의는 계속 끊기는 등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들로 스릴을 만들어냅니다. 고성을 지르며 싸우거나, 전화를 붙들고 오열하는 클리셰 하나 없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오히려 패닉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인물들의 절제된 연기가 몰입도를 높입니다.
제목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핵 무기로 가득 찬 지구를 다이너마이트로 가득찬 집에 빗댄 것입니다. 모호한 결말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데요. 비글로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이제 우리는 뭘 해야지?’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영화를 만든 이유는 폭발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다.” 과연 미사일은 폭발했을까요? 미국은 보복에 나섰을까요? 인류는 살아남았을까요? 감독이 남겨둔 여백은, 우리 스스로 메워가야 할 커다란 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