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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서양 문명과 맞닥뜨렸던 개화기와 나라 주권을 잃었던 일 제 강점기에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많은 이가 유관순, 김구, 안중근, 윤봉길, 안창호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일제에 맞서 싸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중에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이방인인데, 일제의 침략주의에 맞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 올크레딧 4등급 는 외국인입니다’는 한종수 코리안헤리티지연구소 학술이사 등 3인이 3·1절을 앞두고 무관심 속에 잊혀버린 외국인 독립운동가 업적을 되살려내 기억하기 위해 펴냈다.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마땅하나 서훈조차 받지 못한 채 잊혀버린 외국인 독립운동가, 서훈은 받았으나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독립운동가 25인의 삶과 업적을 상세히 소개한다.
연차

안중근 의사가 “한국인이라면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외국인이 있다. 미국인 호머 B 헐버트(1863∼1949)다. 23세 때 육영공원 교사로 조선과 인연을 맺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63년을 한민족과 영욕을 같이한 월세 복비계산 벽안(碧眼)의 독립운동가다. 개화기 우리 역사에 그의 손길이 안 닿은 데가 없다. 한글사랑이 남달라 ‘한글과 견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한글 전용을 주창했고, 최초의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를 출간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직후 고종의 침전에서 불침번을 섰던 인물도 그였고, 을사늑약을 저지하기 위해 1905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방문한 고종황제 주택대출신청 의 대미특사도 그였다.

1907년 이상설 등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참석, 각국 외교관과 현지 언론에 을사늑약의 무효와 대한제국의 국권 회복을 호소하자 이를 뒤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일본은 헤이그 특사 파견을 빌미로 눈엣가시 헐버트 박사를 한국에서 추방했다. 이후 천만원 대출이자 정부 초청으로 40년 만인 1949년 7월29일 한국에 돌아왔으나 불과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생전 그의 소망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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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프랭크 W. 스코필드는 3·1운동을 알리는 데 공헌을 했다. 3·1운동 거사 사실을 먼저 통보받고 협력을 요청받은 유일한 외국인으로 ‘34번째 민족 대표’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세브란스의전 교수로 일하며 3·1운동을 취재했는데, 3·1운동 초기 사진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일본군이 마을 주민을 교회에 몰아넣고 살육과 방화를 자행한 제암리 학살 사건과 인근 수촌리 학살 사건 현장을 찾아 보고서로 작성해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렸다.

대한매일신보를 발행한 영국 출신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은 을사늑약 무효를 선언한 고종 황제의 밀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싣고,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하며 항일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다. 윤치호의 ‘황무지 개간 계획’이라는 글을 실어 전 국토의 30%를 약탈하려던 일제의 야욕을 무너뜨렸다. 탐사 보도로 일본인이 약탈해 간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탰다. 일제는 눈엣가시 같은 베델을 추방하고자 당시 동맹국이던 영국 정부를 움직여 두 차례 재판과 실형을 받게 했다. 이 탓에 건강이 악화한 베델은 37살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아일랜드인 사업가 조지 L 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도운 또 다른 숨은 영웅이다.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20대 때 조선 평안남도에 있는 한 광산에서 일했다. 그는 광산에서 번 돈을 바탕으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무역회사 겸 선박대리점 이륭양행을 설립해 운영하며 임시정부를 적극 도왔다. 임시정부는 안동교통지부 교통국을 이륭양행 2층에 설치해 독립운동 자금 모집, 국내의 정보 수집, 임시정부가 발송하는 지령과 서류의 통신, 주요 인물의 소개, 무기 수송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한마디로 이륭양행은 임시정부를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만주 지역과 연결하는 연락 사무소 혹은 전진 기지였던 셈이다. 김구, 김원봉을 포함해 국내와 상하이를 오가는 독립운동가 중 이륭양행 선박 ‘계림호’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도 일본인, 아내도 일본인, 며느리도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일본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게 논리적이었지만, 쇼는 조선을 적극 도왔다. 영국 지배를 받는 조국의 상황과 일제하의 조선의 처지가 비슷한 데서 오는 동질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역사학자의 설명이다.
독립운동을 도운 일본인도 여럿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대표적인 이가 ‘일본의 쉰들러’로 불리는 변호사 후세 다쓰지. 그는 2·8 독립선언으로 체포된 한국인 유학생들을 무료 변론하고, 의열단 사건 공판을 지원한다. 동양척식회사를 상대로 토지 반환 소송에 나선 한국 농민들을 대변하고, 조선공산당 사건 변호를 맡아 공정한 재판 과정을 이끌어냈다. 광복 후에도 다양한 공익 소송에 참여해 재일동포 차별을 막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 힘썼다.
이들뿐 아니라, 가명으로만 남은 헝가리인 의열단원 마자르, 한국 독립을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창한 프랑스인 루이 마랭 등 여러 국적의 서양인, 중국의 쑨원 일가와 장제스, 장보링 등 임시정부를 지원하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국제사회에서 보장받는 데 일조한 중국인의 숨은 공로도 소개한다. 일면식도 없었을 식민지 조선의 독립운동을 도운 이들의 희생과 헌신의 이야기가 가슴 먹먹하게 펼쳐진다.
저자들은 “그간 우리는 외국인 독립영웅들의 숨은 도움과 희생에 무관심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들을 재평가하고 예우해 ‘은혜를 잊지 않은 민족’임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