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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사의 참여가 불가능해 해외처럼 금융 분야 활용 사례가 거의 없다. 해외에서 들여온 상품(가상자산)을 유통하는 '보따리장수(가상자산 거래소)'는 있지만, 이를 책임질 금융 지킴이들은 없는 것이 5% 금리 다.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48)는 차기 정부가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한 '금가(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의 틀을 깨고 한국형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28일 뉴스1 특이 과 '3040, 차기 정부에 바란다' 인터뷰를 갖고 "미국은 블랙록과 피츠제럴드 같은 자산운용사·증권사가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한다"며 "한국도 일부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를 선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지만 금융사가 없으면 과도한 투자 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코스닥 상장 좀비기업들이 유상증자, 전환사채를 서브프라임모기지등급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위험 자산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무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가상자산은 또다시 투기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높고 규제 속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금융사를 통해 법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블록체인과 금융을 접목한 정책이 필 후불교통카드 미납 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벗어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글로벌 금융 사업으로 10~12배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이 지나온 길을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 일환으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원화 주권 보호, 지급 결제 혁신 카드론 신청방법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의 한국형 금융 인프라를 육성하기 위해 거래소 규제가 아닌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새로 생길 법안들이 충돌하는 경우 두려움 없이 개정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세 가지를 지적한다면.
▶세 가지로 요약하면 △금가 분리 원칙 △블록체인의 금융 활용 사례 부재 △정책 당국의 웹3 기술 이해 부족이다.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한 것이 가상자산을 투기성 시장으로 만든 본질적인 이유다. 가상자산 기술에 집중하고 생태계를 조성해 전문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됐다.
금융사가 가상자산 법인 시장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부터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지만, 이들의 참여는 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
미국은 대형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금융업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지만, 한국은 블록체인을 금융에 접목한 사례가 거의 없다. 규제 속에서 노하우를 수십 년간 쌓은 금융사들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면 생태계 발전에 필요한 법인의 참여도 수월할 것이다.
또 웹3 연구 기반이 취약해 정책 담당자들이 전문성보다 이해관계자의 대표성을 기반으로 정책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이는 해외 규제 사례 베끼기 식의 접근을 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핵심 기술에 대한 논의가 빠진 채 현상학적인 규제 담론(투자)만 이뤄지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
'블랙록'도 못 들어오는 한국…"금융사·해외 기업 투자 허용해야"
- 말씀대로 하반기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조건부로 허용된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는.
▶현재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금융 활동과 관련된 법인의 참여는 막고 일반 법인만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코스닥 상장 좀비기업들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위험 자산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에 무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
이는 기업 도산과 채권자·주주의 피해로 이어지고, 국민들에게 가상자산이 또다시 투기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에 대한 이해가 높고 위험 관련 역량이 충분한 법인이 시장에 필요하다. 또 해외 법인의 참여를 허용해 국내 법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발전시켜야 한다.
- 국내 가상자산 규제·정책들이 세계적 흐름에 부합한다고 보는가.
▶답은 단순하다. 블랙록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도 한국에서 영업하기 어렵다.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위주의 규제로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는 세계 흐름과 맞지 않는다. 전문성 있는 자산운용사, 상품 발행자,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서비스도 없다.
그 결과 개인투자자들만 존재할 뿐 금융 서비스를 제공·관리할 전문성 있는 주체는 없다. 해외 금융 상품을 소매 시장에 유통하는 '보따리장수'는 존재하지만, 이를 책임질 금융 지킴이들은 없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만 만들어진 셈이다.
넥스트 먹거리는 '블록체인 금융'…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반 필요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윤석열 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평가하고, 새 정부에서 도입했으면 하는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제안해달라.
▶소비자 보호에 관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이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한국형 금융 인프라 육성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규제가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두려움 없이 개정하려는 당국의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은 젊은 인구는 줄고 있지만 ICT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이젠 제조업을 넘어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사업으로 10~12배의 가치 창출이 가능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이 지나온 길을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인다.
특히 음악, 영화 등 K 콘텐츠와 블록체인 금융을 접목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인기 가수의 굿즈 등을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으로 사고파는 플랫폼을 개발하면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국가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소비자에게 한국이 첫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한 지급결제 체계를 만들면 원화에 대한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 현재 가상자산 관련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있다. 이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블록체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급결제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잘 활용되면 이를 전송할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이 함께 발전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를 개발·육성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어야 한다. 현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원화 주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한국은행의 CBDC도 별도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요하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과 채권을 디지털 형태로 전환해 어떻게 '유통'할 것인지의 문제다. 중앙은행이 외환 교환 등에 사용하기 위해 기관용 CBDC는 당연히 필요하다. 반면 유명 아이돌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한 결제 시스템에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될 것이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목적을 갖는다.
홍콩, 블록체인 금융 질서의 '핵심' 국가로 부상…관련 제도 변화 살펴야
- 가상자산 업계에서 원하는 정책 중 하나로 '외국인 투자 허용'이 꼽힌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거래소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답은 하나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력은 저렴한 거래 비용에서 나온다. 해외 투자자도 거래 수수료율이 낮은 거래소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국내 거래소들은 세계적으로 거래 수수료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다만 해외 금융 기업도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어야 시장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전망한다면.
▶올해 하반기는 금융 상품들의 토큰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각국 금융기관들의 사업 전략도 내수에서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홍콩 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홍콩은 미국 달러와 고정환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질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보다 홍콩과 미국의 규제 변화에 주목해 글로벌 동향을 살펴야 한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
1977년 서울특별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96학번으로 기계항공우주공학 학사 과정을 거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금융공학 석사(2004년),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2011년)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7년 동안 채권·파생상품 연구와 강의 활동 등을 수행했으며, 2018년 가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국내 재무 금융 분야 SSCI 저널인 '아시아·퍼시픽 저널 오브 파이낸셜 스터디(Asia-Pacific Journal of Financial Studies)' 편집장과 기획재정부 재정정책 자문위원, 한국재무관리학회 부회장, 한국금융공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chsn12@news1.kr
<용어설명>
■ 스테이블코인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있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말한다. 시가총액 기준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달러와 1:1로 가격이 연동된다. 1USDT가 1달러라는 뜻이다.
■ 웹3 웹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등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주권이 이용자에게 주어진 형태의 웹이다.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정보와 같은 데이터를 탈중앙화했다. 데이터가 중앙 집중형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개인의 온라인 데이터 저장소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 CBDC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과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다. 블록체인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점은 다른 가상자산과 비슷하지만,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 지폐처럼 가격 변동이 거의 없으며 현금과 달리 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쉽다.